나는 백수다 (이국땅에서의 첫 레이오프)

say something 2011. 5. 20. 20:48
2011년 3월 28일, 오후 1:30분쯤 회사전체 메일로 2:00 에 모이라는 공지가 사장이름으로 날아왔다. 모두들 갑작스런 소식에 약간은 어리둥절 했지만, 그 전에도 비슷하게 한두번 모인일이 있어서, 아마 마찬가지 아닐까란 생각으로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모이게 되었다. 벌써 몇달째 나온나던 펀딩은 아무 소식이 없었고, 몇일전부터 펀딩이 정부로 부터 나오지 않으면 일부 직원을 레이오프(임시휴직)시킨다던 이야기는 있었지만, 정부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들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은 터 였었다.

사장은 2:00에 단상으로 올라가 짤막하게 20여분 동안 왜 레이오프가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이어서 런던(온타리오, 캐나다)의 시장이 나와서 몇마디 하고, 끝났다. 이어, 사람들은 미리 준비된 미팅룸에 들어갔고, 처음에 레이오프된 사람의 명단을 부르기로 했으나, 너무 많은 관계로, 남을 사람들 이름만 부르는 걸로 했다. 십여명의 이름이 호명된 뒤, 나머지 사람은 모두 레이오프가 되기로 했다고 말하여,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짐을 싸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380명중에 213명이 하루아침에 레이오프가 되었다.(나중에 정리된걸 보니 최종 233명이란다.) 새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거의 95%정도가 레이오프가 되었다. 이런 대규모의 레이오프가 사실 처음은 아니다. 처음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800명 중에 200명 정도가 레이오프 되었었고, 이후에도 80여명의 계약직 사원들을 하루 아침에 레이오프 시킨 사례가 있긴 했다. 이리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캐나다라는 이국땅에서 레이오프를 맞게 되었다. 레이오프의 정식적인 의미는 회사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임시로 일정기간을 휴직하게 하는 제도로, 경제상황이 회복되면 레이오프된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재채용(Recall)하게 되어 있으나, 사실 이런 정의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 레이오프가 되면 다른 직업을 우선적으로 찾게 되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회사에서 부를줄 알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 사실 처음에 레이오프된 200명 중 공식적으로 리콜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레이오프로 좌절할 시간이 없었다. 문제는 올해초 와이프의 임신으로 약 3주전에 집의 구매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을 구매할시 은행으로 부터 모기지(은행대출)을 받기로 했는데, 레이오프가 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매계약을 취소하자니, 이미 판매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아마 취소해주지 않을 거란 이야기만을 전해 들었다. 아마도 내가 선택해야할 방법은 준비해 놓은 20% Downpay를 35%로 늘이는 방법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2주간 고민하고, 방법을 알아본 결과, 다른 은행에서 모기지를 얻는 방법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시간되는 대로, Job Fair도 가고, 이력서도 넣고 해서, 몇번의 전화인터뷰와 한 두 회사와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전에도 한번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지금, 아무래도 5개월 정도 재취직하는데 걸릴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2달이 채 되지 않아, 원하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하여, 지금 다녔던 회사보다는 나은 조건으로 새로운 회사로 입사가 확정이 되었다. 이제 한달여가 지나면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일을하게 될 것이다.

첫 레이오프. 집 문제로 더 고통을 받아서, 오히려 레이오프에 대한 고통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새로 태어날 아이와 가장으로서의 걱정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그리고, 전에는 내가 레이오프되기 전에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언제든 레이오프 될거란 생각에 지배되기 시작했다. 마치 트라우마가 된것 같이... 만일, 앞으로 집을 사게 된다면, 반드시, 레이오프시 집의 모기지를 갚아주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