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꼭 "스펙"이란 단어를 사람에게 쎠야 할까?

say something 2011. 10. 6. 10:46
오늘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스펙"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많이 나오길래 아쉬운 마음에 글을 적는다. 스펙.. SPEC 는 specification (사양)이란 의미로 쓰이며 주로 하드웨어의 성능비교를 위하여 사용되는데, 오랜 테스트 엔지니어로 때로는 spec을 만들어 제출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맞는 스펙에 관한 장비를 써치하여 구매한 적도 여러번이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약간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어떤 사람의 학점, 언어실력 및 자격증, 유학경력등을 통털어 일컫는 말로, 예전에 어딘가에서 "네 스펙에 잠이 오냐?"란 말을 듯고 "풋"하고 웃으며 참 누가 저런 구절을 만들어 냈는지 참 대단하다 라고 웃으며 넘겼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아예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일상용어가 된 "스펙". 언제부턴가 식상하고 '어떻게 기계에나 붙이는 단어를 사람에게 쓰게 되었을까'하는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어쩌면, 나에게는 이런 '스펙'을 사람에게 쓰는게 요즘은 아니고, 한 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 것 같다. 한 10여년 전이었나? 당시, 해외유학에 관심이 있던 터라, 여기저기 유학관련 커뮤니티를 두루 섭렵하고 있을때 쯤, '저는 이번에 보스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아무개입니다. 저의 스펙은 xxxx' 이라고 하며, 자신의 학점과, 토플, GRE점수를 공개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수백개의 대학이 있는 미국의 대학지원에서 무한정 지원할 수 없으니, 저런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자신이 지원할 학교수준을 대충 책정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운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스펙을 공개하는 분들도 자신도 필요할때 저런 스펙을 보고 많은 힘들 얻었기에, 누군가에게 약간 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공개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때의 스펙이 지금의 한국에서 일컫는 스펙으로 진화했는지는 잘 모로겠으나,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듯 싶다.

어떤 사람은 이런 방법으로 정형화, 표준화하여 구분하는게 더 편리하다는 논리를 내 세울수도 있을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고, 어느 두사람도 똑같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획일적인 구분이 필요한 것 일까? 부모 잘 만나서 자가용 끌고 등하교하며 여유있게 공부해서 받은 3.0이란 학점이, 매일 아르바이트에 방학때는 공장가서 힘겹게 일하며 3.0을 받고 졸업한 사람과 같은 똑같이 구분되어야 하는가? 취업이 안되서 대학원 간 사람과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서 10년간 자신이 모은 돈으로 겨우겨우 대학원 공부를 마친 사람은 같은 석사라는 학위로만 인정되는 것일까? 해외 나와서 한국 술집만 돌아 다니는 유학생과 눈물 콧물 흘리며 밤새며 공부했던 유학생은 그냥 유학생이란 타이틀외엔 차이가 없는 것일까?

이제 제발 시대가 어떻고, 사회가 저떻고 하며 핑계대는 일은 그만했으면 한다. 20년 전에도 똑같이 그랬고, 10년 전에도 늘 같은 상황인데, 늘 자신의 책임은 없고 바깥으로 책임을 넘기기만 하려 한다.

요즘은 꿈꾸는 젋은 사람들이 참 드문것 같다. 그냥 대충 공무원이나 해서 살지 뭐. 하긴 20년 전에도 '짧고 굵게' 보다는 '가늘고 오래'가 더 선호되었으니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신 꿈 마저 날려버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꿈 꾸고, 그 꿈을 어떻게 하나 둘 실천해 나아가는냐 하는 것이 자신이 얼마나 알찬 삶을 꾸려나가느냐의 바로메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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