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렵게 살아가기 - 처음이란 단어가 지겨워질때...

London 2008. 9. 20. 23:29
사실 처음이란 단어는 뭔가 새로운 의미를 내포하고, 도전정신과 창조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해준다. 사실 '내가 처음으로 xx했던 사람이다' 라고 한다면 좀 으쓱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어떠한 새로운 환경에 놓은 다는건 엄청난 스트레스와 동반한다는 의미이며, 특히,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것은 잦은 오버타임과 휴일출근, 게다가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압력으로 부터 자유로워질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뭐, 가끔은 해외출장이라든가, 약간의 사업성공 포상금, 자부심 등등의 작은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남는건 회사에서 기념 선물이라며 준 몇장의 타올들(xx 사업수행기념)이 남는 전부인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처음(The first)'에 지겨워지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그럴것이,

1) 91년 울산대 항공우주공학과 첫입학생
91년도에 항공우주공학과가 울산대에 첨 생겼었다. 문제는 처음이 다 그러하듯이 교수도 한명밖에 없었구-차차 늘기는 했지만, 학과가 첨 생기다 보니 커리큘럼도 엉망이었고, 실험기자재도 거의 없어서 책에서 사진을 보면서 수업할 정도 였다.

2) 96년 xx그룹 첫 자동변속기 개발사업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에 들어간 회사가 새로운 자동변속기(automatic transmission)를 개발중이었다. 독일의 한 업체하고 라이센스해서 한국형으로 최초로 디자인해서 개발하게 되었다. 하루 9시간근무(xx 그룹의 이상한 근무시스템덕에..)과 오버타임도 없는데 처음에 프로젝트 초기엔 거의 매일 밤10시까지 일해야 했다.( 9시 뉴스 한번 보는게 이때 소원이었다는... 쩝)

3) 99년 모회사의 한국의 첫 초음속전투기 사업
이건 뭐 아는 사람이 많은 사업이라... 사실, 엔지니어로 저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것은 잘 모르지만, 우선 사업규모가 엄청났었구, 항공쪽 일이 그렇듯이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가 많았었다.

4) 05년 캐나다 대학원에서의 new welding system.
이건 정확히 말해서 처음(The first)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application 되는 부분이 전에 했던 적이 없는 부분이라 좀 고생했던 개인적 프로젝트.

5) 08년 캐나다 모회사의 첫 제트기 개발사업
몇일전 새로 취직된 회사. 여기도 새로운 제트기를 개발중인데, 전에 했던 aircraft ground test engineer로 일하게 됐다.

91년 부터 08년 까지 17년을 거의 늘 새로운 혹은 최초의 일에만 참여하다 보니, 이젠 새로 뭐하는 거라면 그거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거 같다. 도대체 언제쯤 루틴(routine)한 환경에서 일해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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